어제는 은행에 다녀오다가 길거리에서 
 
  확성기로 외쳐대는 과일장수 아저씨를 보았습니다.

    평소에는 그런 곳에 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오는데

  커다란 쟁반에 포도송이를 가득 담아놓고 맛을 보라고

  권하는 아저씨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.

    달콤하고 향긋한 포도의 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.

   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데 " 한 박스 주세요".
   
    과일장수 아저씨는 박스는 들고가기 힘드니까 
   
   비닐봉투에 담아주는 친절함을 잊지 않았습니다.

     집에 와서 포도를 꺼내려고 비닐을 뒤적이다가 
 
 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.
 
     비닐봉투 아래에 물이 흥건이 고여 있었습니다.

   포도를 꺼내서 자세히 보니까 포도가 변질되고

     곰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.

    샘플로 손님에게 보여 준 포도는 좋은 품질이고

    손님에게 판매한 포도는 불량 포도였던 것입니다.

    3~4 박스씩 배달해 달라고 주문한 손님도 보았는데 
  
   그 분들의 후회와 상실감은 어떨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.

    과일장수 아저씨는 손쌀같이 자리를 떠나고 없지만 
 
    길 거리엔 불량한 양심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.